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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퍼펙트 데이즈

by 북극곰곰곰 2024. 10. 14.

 

 

다른 모든 순간과 비슷하게 보이는 단 하나의 순간들로 일렁이는 온전한 나날들.
<영화 평론가 이동진>


 

 

영화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 는 2023년 76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감독 빔 벤더스, 야쿠쇼 코지 주연의 2023년작 독일 합작 영화입니다. 일본의 도쿄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화려한 도시 속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일상을 세밀하게 그려내며 인생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품입니다.  또한 벤더스 감독은 도쿄의 현대적이고 복잡한 풍경을 통해 일상과 삶의 조화를 그려내는 데 중점을 두었기에, 도쿄의 복잡한 도시 환경 속에서 주인공이 느끼는 평온과 고요함이 대비를 이루며 영화의 주요 주제를 잘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줄거리

 영화는 도쿄의 공중화장실 청소부로 일하는 히라야마라는 남자의 삶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그는 겉으로 보기에 단순한 생활 속에서 반복적인 일을 수행하고 고독해 보이지만, 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과정에서 지루함보다는 오히려 평온과 만족을 느낍니다. 그는 아침마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 정해진 루틴대로 하루를 보내고, 자연의 소리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통해 일상의 작은 기쁨을 느낍니다. 그의 하루는 이런 작은 일상적 행동들로 채워지며, 히라야마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영화는 이러한 그의 일상을 세밀하게 관찰하며,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순간들이 사실은 인생에서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줍니다.

 

 이처럼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단순함 속에서 찾는 행복, 그리고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삶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쉽게 간과하는 ‘작고 소중한 순간들’을 포착하며, 평범한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줍니다. 히라야마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느끼는 평화는 그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오는 만족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감독, 빔 벤더스

 빔 벤더스 감독의 '서브머전스'(2017) 개봉 이후 6년만의 작편 극영화 복귀작입니다. 빔 벤더스 특유의 섬세한 시선이 도쿄의 풍경을 아름답게 담아내며, 도시의 복잡한 모습 속에서 자연과 일상의 조화를 그려냅니다. 또한, 외국인인 벤더스 감독이 일본의 미학과 문화를 어떻게 해석하고, 그의 시선으로 담아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들어본적 있는 음악과 사운드는 히라야마의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며, 관객에게도 평온함을 전해줍니다.

 

  감독인 빔 벤더스는 일본의 영화감독이자 극작가였던 오즈 야스지로의 추종자로 유명한데, 칸 영화제 인터뷰에서 "오즈 야스지로가 그의 마지막 영화인 '꽁치의 맛'을 토쿄에서 만든지 60년 만에 퍼펙트 데이즈를 촬영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영화의 주인공 이름이 히라야마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히라야마라는 이름은 오즈 야스지로가 각본과 감독을 한 '동경 이야기'의 주인공 성이기 때문입니다.) 

 

 

    주연, 야쿠쇼 코지 

 주인공 히라야마 역을 맡은 배우 야쿠쇼 코지는 이 영화에서 섬세한 연기를 선보이며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일본 배우로는 '아무도 모른다'의 야기라 유야 이후 19년 만에 두 번째로 남우주연상이었습니다.  그의 연기는 대사보다는 표정과 몸짓을 통해 캐릭터의 감정과 내면을 전달하며, 관객에게 깊은 감동을 줍니다.

 

 

 

    사운드 트랙 

 음악 애호가인 빔 벤더스 감독 답게 OST선곡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주로 1960년대, 1970년대의 노래가 삽입되었으며 시나리오 작업중에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The House of the Rising Sun
애니멀스
1964년
Pale Blue Eyes
벨벳 언더그라운드
1969년
(Sittin' On) The Dock of the Bay
오티스 레딩
1968년
Redondo Beach
패티 스미스
1975년
(Walkin' Thru The) Sleepy City
롤링 스톤스
1964년
Perfect Day
루 리드
1972년
青い魚
카네노부 사치코
1972년
킹크스
1966년
The House of the Rising Sun (Japanese Version)
아사카와 마키
1972년
Brown Eyed Girl
밴 모리슨
1967년
Feeling Good
니나 시몬
1965년
Perfect Day (Piano Komorebi Version)
패트릭 왓슨
2024년

 

 

 

 

    The Tokyo Toilet Project

 이 영화는 도쿄 변두리에 살면서 공공 화장실 청소부로 일하는 주인공 히라야마의 일상과 만남을 조용히 그린 작품으로 시부야구의 공공 화장실을 수리하는 시부야구가 주도한 공공 프로젝트인 'THE TOKYO TOILET 프로젝트'의 일환으로서 제작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유니클로를 산하에 둔 퍼스트 리테일링의 이사 야나이 코지가 오너를 맡고 있는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사회의 실현을 목적으로하는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화장실로 다양성을 받아들인다니, 선뜻 연결이 잘 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시부야구에 있는 17개의 공공화장실을 개축해, 젠더를 불문하고 누구나가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공화장실을 아름답고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합니다.

 

 이 기획에 대해 벤더스 감독은 "수리한 화장실을 보러 와서 영감을 받으면, 사진이나 단편 영화라도 만들어 주지 않겠느냐" 는 도쿄의 제안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빔 벤더스는 결국 도쿄를 찾았고 "도쿄의 지금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화장실이 등장하지만 화장실 이야기가 아닌 픽션'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특히, 이 영화의 촬영에서 중요한 장소로 사용된 도쿄의 공중화장실들은 실제로 도쿄 시내에 위치한 건축적으로 독특한 화장실들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과 디자이너들이 참여하여 17개의 공중 화장실을 설계했습니다. 그중 일부는 영화에 등장하며, 도시 속 일상적이고 평범한 공간이지만 그 속에서 독특한 미학을 보여줍니다. (https://design.co.kr/article/25036)

 

이 프로젝트의 화장실들은 모두 현대적인 디자인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장애인 및 모든 사람에게 접근 가능한, 포괄적인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히라야마가 이 화장실들을 청소하는 모습은 단순한 노동을 넘어, 예술 작품을 다루는 듯한 느낌을 주며, 영화의 고요하고 명상적인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집니다.

영화에 등장한 화장실들은 이처럼 공공장소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며, 사람들에게 새로운 공간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일상의 평범한 공간 속에서 예술적 가치를 발견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사회에서 느리게 흘러가는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금 상기시켜 줍니다. 그러한 소소한 일상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고, 그 속에서 평온을 찾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영상과 음악을 통해 작품입니다. 빔 벤더스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과 야쿠쇼 코지의 명연기가 어우러져,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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